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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신일에 관한 효용론적 접근 ”
미스라는 성탄절이 이상한 날이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누군가의 탄신이 그토록 축복받아 마땅한 일인가. 아니, 설령 그렇다고 해도 지금의 크리스마스란…… 대부분 저마다의 핑곗거리로 이용돼 먹기 일쑤였다. 이런 휴일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 그에 대해 생각하기를 관두었던 것은 제법 최근 몇 해 전 일이었다.
언제부터인가 크리스마스는 달의 힘이 약해지는 밤과 겹쳐 들고는 했다. 재앙의 기묘한 상처를 그러안고 사는 자들에게 기꺼운 나절이렷다. 솔직히, 평소 재앙의 상흔으로 잠자리에 들지 못하는 미스라로서는 졸음이 슬며시 밀려드는 감각이 그렇다고 달갑지만도 않았다.
묘하게 몽롱해지는 기분은 그에게 이제 낯설었다. 우습지 않은가, ‘졸린’ 상태가 낯선 생명이라는 것은. 아니, 누구도 그를 비웃지 않겠지만…… 미스라는 익숙지 못한 것들에 무정했다.
“있지, 미스라. 나는 절벽에서 뛰어내려 보고 싶어.”
길지도, 짧지도 않은 생각들은 곁에 있는 이의 말문에 멎었다. 흘끗 바라보니 마이가 여상스럽기 짝이 없는 낯으로 책상 위에 걸터앉아 발을 까딱거리고 있었다. 제가 펼쳐 놓은 책더미 위에 아무렇게나 올라앉은 채였지만, 미스라는 지적하지 않았다. 그러기를 포기한 쪽에 가까웠다.
“분명히 죽을걸요.”
“아핫, 나는 이미 죽어 있는데도.”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냐는 얘기를 하고 싶었을 뿐이잖아요?”
마이는 대답 없이 그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마치 표정만으로 ‘딩동댕!’이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미스라는 어깨를 으쓱이고 앉아 있던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창 너머로 향했다. 확연히 평소의 위용보다는 흐릿해 보이는 달빛이 시야에 들었다. 순식간에 책상에서 내려와 미스라의 코앞까지 다가온 마이가 몸을 기울이고 가까이서 물었다.
“미미, 졸리지 않아?”
“의미 없는 질문이네요.”
마이는 개의치 않고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큼직한 두 적안이 선연하게 빛을 채우는 것 같았다.
“‘자장자장’ 해 줄까?”
“……사양입니다.”
분명히 대답을 들었을 텐데도, 마이는 미스라의 침대로 향했다. 이 방에서 가장 의미 없는 것이라 하면 외려 이 푹신한 가구가 아니겠는가. 홀로 생각에 닿은 마이가 설핏 웃음을 터트리며 털썩 앉았다. 침대가 가볍게 진동했다. 미스라의 묘하게 불만 섞인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은 마이가 제 무릎을 탁탁 두드려 보였다.
“모처럼이니까.”
“마이, 당신도 이런 날에 그다지 의미를 두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 했는데요.”
“그렇지만 미스라의 풀린 눈은…… 흥미로운걸.”
방금 묘하게 말을 고른 것 같은데. 미스라는 캐묻는 대신 마지 못한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구태여 걸음을 옮겨 옆에 앉아 장단을 맞추듯 몸을 기울이는 것. 그게 이 남자의 표현 방식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쿡쿡 웃었다. 마이는 어설프게 제게 기댄 이를 바투 당겨 무릎 위에 눕혔다. 살짝 저항하는가 싶더니 순순히 끌려왔다. 두 개의 눈빛이 위와 아래에서 마주 닿았다.
“있지, 꼭 해 보고 싶은 얘기가 있었어.”
“……뭔데요?”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라는 시선을 굴렸다. 티 한 점 없이 맑다 못해 개운해 보이는 그 목소리를 곱씹었다. ‘메리 크리스마스’라. 감았다 뜨는 눈꺼풀이 조금 무거운 성싶었다. 상념에 잠겨 아무 반응도 내놓지 않는 미스라를 바라보며 마이가 고개를 가볍게 기울였다.
“감상은 어때?”
“감상이요?”
“한참 동안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러면 기분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야?”
두 눈의 느릿한 깜빡임이 이어졌다. 미스라는 틈틈이 보이는 마이의 창백하도록 말간 얼굴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음…… 쓸모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마이는 ‘무엇이?’라고 되묻는 대신 ‘그렇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는 그랬다. 미스라로 하여금 스스로 ‘무엇’의 주체에 관해 설명하도록 만드는 사람이었다. 미스라는 하는 수 없이 덧붙이기로 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
빗방울 하나에 꽃잎이 피어나듯 마이의 얼굴빛에 화색이 돌았다. 까르르 소릴 내며 짧게 웃는 그를 바라보면서 미스라는 얼마간 또 저만의 생각에 잠기고 말았다. 아, 그러니까…… 크리스마스는 ‘모처럼’이라고 핑계를 댈 수 있는 날이구나 하고.
ⓒ 바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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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 세레나데 ”
1. 프로필
이름 : 마이 세레나데 (Mai Serenade)
나이 : 불명
생일 : 불명
신장 : 157cm
마도구 : 성정
문장 : 왼쪽 발목
재앙의 기묘한 상처 : 영체
2. 외형
검정색과 백색의 투톤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다. 앞머리는 눈동자가 잘 보이게끔 세 갈래로 나누어져 있으며. 길게 늘어뜨려진 머리카락은 허리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웨이브를 가지고 있다. 그에 맞춰 양쪽 머리카락은 리본으로 땋아내렸고, 리본 색은 각각 머리카락에 반대되는 색이다. 붉은빛이 도는 눈동자는 유순하고 동그란 눈매에 감싸여 있다. 눈꺼풀도 머리카락과 마찬가지로 색이 다른 흑백이다.
미소가 떠 있는 피부는 투명하다 못해 새하얗다.
새까만 로브는 온몸을 커다랗게 덮고 있다. 안감은 검붉은색이며, 어째서인지 목을 포함한 팔다리에는 붕대가 감아져 있다. 로브 안의 의복은 가벼운 원피스다. 레이스가 달려 있는 걸 제외하면 특별한 장식마저 존재하지 않는다. 덧붙여서 발은 언제나 맨발이다.
3. 성격
명랑한 성격이지만 기본적으로 차분하고 얌전하다. 자신이 죽었다는 걸 인지하고 있기에 선을 그어 행동하려는 면도 있다. 다만 외로움을 많이 타기에 혼자 있는 것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편이다. 천성적으로 가벼운 성격이기에 누구에게나 서슴없이 다가간다. 그녀에게서는 언제나 죽은 사람 특유의 허무하고 공허한 분위기가 풍긴다. 기억을 잃어버린 적이 있기에 그 무엇에도 연연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언제나 앞을 보며 과거를 되돌아보지 않는 행위는 과도하기까지 하다. 확실히 그녀에게서는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다. 유령이 되기 전부터 결여되어 있던 무언가가.
4. 스토리
그녀는 한 차례 종말을 맞이하고야 말았다. 현자의 마법사에게도 죽음은 찾아오는 법이었으니까. 어째서인지 그녀는 죽었음에도 존재했다. 관측할 수는 있으나 닿을 수는 없는 존재. 그야말로 유령(幽靈)에 가까웠다. <재액>은 마법사가 가장 꺼려하는 상처만을 입혔으니. 그녀가 유령으로 변모한 것도 <재액>의 영향임이 분명했다. 그녀는 누구보다 외로웠으며 고독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러했다. 현재의 그녀는 모든 기억을 잃어버렸으므로. 자신의 과거나 지위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기억하는 것은 <마이>라고 불리는 이름뿐이었다. 누가 지었는지도 모르지만…. 그녀에게는 그 이름이 자신의 전부였다.
유령 <마이>는 죽음의 호수에서 깨어났다.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한 채.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기만 했다. 우연찮게도 죽음의 호수 근처에는 <미스라>가 살았다. 그 누구의 침입도 허용치 않는다는 위험한 마법사. 인기척을 느낀 그녀는 곧바로 <미스라>에게 직행했다. 몇 번이고 마법을 맞았고. 몇 번이고 내쫓아졌지만…. 그녀는 죽지 않았다. 이미 죽어버렸으므로 당연했다. 따분해진 <미스라>는 그녀를 건드리지 않게 되었다. 그녀는 한참이고 <미스라> 곁에 있었다. 과하게 소란스럽지도, 과하게 조용하지도 않은 분위기를. … 그는 꽤 마음에 들어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그가 기뻐할 수 있는 행동을 하고 싶었다. 자신을 죽은 이로 취급하지도 않는 그를.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행동하는 그를. 언젠가부터 사랑하게 되었기에.
<미스라>도 그녀에 대한 생각을 하고는 했다.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는 존재이자 이상향. 자신의 환상이 만들어 낸 영체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생각하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애정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사라질 것만 같은 존재이기에 더더욱. 잠을 자지 못하는 그에게. 좋은 꿈을 선물해주겠다는 그녀가. 정말로 사랑스럽게 느껴졌기에 그랬다. 그와 그녀는 사랑을 하고 있었다. 이루어질 수 없으며, 당장이라도 깨져버릴 것 같은 사랑을. 불안정하기에 <그런> 사랑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나를 죽여줄래. 그런 말을 내뱉는 그녀에게. 언젠가는 당신을 죽여드리겠습니다. …당신이 살아날 수 있다면 말이에요. 그런 말을 내뱉을 수 있는 그는, 정말로 사랑을 하고 있었다.
……….
<마이>는 어째서 죽어야만 했을까.
그녀의 과거를 천천히 되짚어본다고 하면.
그녀는 한 차례 세계를 맞이하고야 말았다. 현자의 마법사로 간택받았기 때문이었다. 서쪽에서 태어났으며 지독히도 핍박을 받던 그녀에게 있어선. 현자의 마법사라는 칭호는 특별 하디 특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허망하며 고독했다. 그 무엇으로도 그녀의 마음은 채워지지 않았다. 그녀가 바라는 건 누군가에게 받는 사랑이 아니라. 단 한 사람만에게 줄 수 있는 자신의 사랑이었으므로. 그럼에도 그녀는 세계를 사랑했다. 자신을 아끼는 모두를 소중히 여겼다. <오웬>이라는 마법사는 그것이 고까웠다. 이해타산적이지 않은 애정이라니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긍정하는 그녀가 밉디 미워서 견딜 수 없었다. … 사실은, 사랑을 찾을 수 없던 그녀의 눈동자가 가장 미웠다. 누구보다도 자신과 닮아 있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그녀가 <재액>의 상처를 입은 그 날. <오웬>은 그녀와 함께 죽음의 호수에 있었다. 기사님처럼 눈동자를 뽑아내줄까. 아니면 그녀가 소중히 여기는 다른 것을 가져갈까. 고민한 끝에 빼앗은 것은 목숨이었다. <오웬>은 그녀를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애정 따위로는 채워지지 않을 것임을 짐작하고 있었으므로. 그녀를 채울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으로 남고자 했다. 남고자 했었는데. 어째서인지 그녀는 영체로써 존재하게 되어버렸다. 그것도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바라보며. 드디어 채워졌다는 환한 눈동자로. ……….
<오웬>은 후회하지 않는다. 그녀에 대한 연심을 자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죽었음에도 자각하지 못했으며. 그녀가 다시 한번 살아났음에도 그럴 것이었다. 사실은 자신만을 바라봐주길 원했다. 더더욱 망가트리고 싶었다. 자신의 악행에도 웃어줄 것이 그녀였으므로. 그렇기 때문에 그는 그녀의 소멸을 바란다. … 아직도 살아있었나 보네. 그는 그녀에 대한 것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 나는 이미 죽어있는걸? 그녀는 그에 대한 것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는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므로 그는 그녀의 파멸을 바랐다. 이러한 생각을 품을 수 있는 그는, 정말로 사랑을 하고 있는 게 맞을까.
5. 관계
미스라 (Mithra)
마이는 그의 앞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그만이 그녀를 이해해줄 수 있다. 죽은 자만을 긍정하는 그의 천성이 발현된 걸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마이는 미스라를 사랑한다. 그의 모든 것을 긍정하며, 그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자 한다. 변하지 않는 사랑을 전해줄 자신이 있었으므로. 이미 죽었음에도 삶을 바라는 건. 분명 그의 탓일 게 분명했다. 그녀에게 있어서 죽음은 미스라가 없는 세상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사라지고 싶지 않다. 그래서 마이는 정말로 소멸하는 것이 두렵다.
오웬 (Owen)
죽여버린다면 알 수 있을까 싶었다. 살아 있을 때 답을 내리지 못한다면, 죽여버리면 그만이니까. 그럼에도 그녀에 대한 도저히 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다시 한번 그녀를 죽일 셈이다. … 다시 한번 말하지만, 마이는 그에 대해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그의 살의만큼은 인식하고 있다. 원망받고 있다는 것도 이해하고 있다. 그렇기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 당신의 모든 걸 이해할 수는 없지만요, 받아들알 수는 있어요. 어쩌면 그녀는 오웬을 친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계속 지켜봐야만 하는 약하디 약한 악우(惡友).
리베라 프레센티아 (Livera Precentia) X Nero
그녀 같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죽음이란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언젠가 필요한 걸 수도 있겠고. 그럼에도 마이에게 있어서 그녀는 <싸우는 사람>이었다. 계속해서 인생과 싸우고 살아나가려고 하는 사람. 마이는 그녀에게 위로의 말을 하지 않는다. 베라도 마이에게 과거를 물어보려 하지 않는다.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기에. 위로를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 그렇기에 그녀들은, 말없이 서로의 곁을 지킬 뿐이다.
세실리아 (Cecilia) X Murr / Oz
그녀는 때때로 질문을 던진다. 이게 네가 원하는 모습이 맞니, 원념처럼 감정만이 부유하는 이 상태가 말이야. 마이는 항상 같은 대답을 건넨다. 내가 항상 바래왔던 모습이야, 자유란 타인에게 미움을 받기 마련이니까. 두 사람의 대화는 항상 이 곳에서 끝을 맞이한다. …그러므로 세실리아는 마이 세레나데를 이해할 수 없다. 질문을 던지는 것은 자신인데, 관통되는 것도 자신인 것 같은 묘한 기시감. 실제로 마이는 알고 있다. 세실리아가 무르에게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오즈와 어떠한 관계가 되고 싶은지. 세실리아는 이 주제를 피하려 한다. 마이마저 이 화제를 입에 올리지 않으려 한다. 세실리아 본인이 바라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두 사람의 관계는 어딘가 불친절하면서도 상냥하다.
레이시 러셀 (Lacey Russell) X Bradley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그 사람을 자기 방식대로 오해하는 일이었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그만큼이나 무겁고 위태롭다. 마이 세레나데는 때때로 레이시 러셀을 관측했다. 빛 한점 없는 그녀의 눈동자는 언제나 한 사람만을 향한다. 지독히도 뜨겁고 맹목적인 눈빛. 어디에선가 본 적이 있는 것만 같은 무척이나 붉고 냉혹한 눈. …거울을 통해야만 바라볼 수 있는, 마이 세레나데 자신의 시선처럼 말이다. 마이는 레이시를 호기심의 대상으로만 바라본다. 그렇기 때문에, 레이시는 마이를 공격적으로 바라본다. 저 멀리서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것만 같은 공허한 시선. 불쾌하면서도 위협적인 그 눈빛. 그래봤자 그녀는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못한다. 마이는 유령인 것과 동시에, 자신의 동료이기도 하니까. …정말 기분 나쁘게도 말이다.
뎀버 (Dembeo) X Figaro
그녀와 그녀는 이상적인 행복을 연기하고 있다. 다만, 필연적인 자신의 불행을 감추기 위해. 존재가 희미하다는 것은 그런 일이다. 마이는 존재하지 않으며, 뎀버는 존재만을 겨우 붙들어 둔 셈이니. 두 사람은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러한 관계는 일반적인 친우 사이라고 칭할 수 없다. 두 존재 사이에는 인간적인 교류가 없을뿐더러, 마이 세레나데는 언제나 무례했다. 악의는 없었겠지만, 뎀버에게는 변명거리도 되지 않겠지. 그녀들은 서로가 필요했을 뿐이다. 관심이 없기에, 자신을 가볍게 여겨줄 마법관의 존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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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사량의 애정 ”
현자
어라…. 북쪽 마법사들이다.
평범하게 대화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역시 가보는 게 좋겠지…?
오웬
시끄러워. …짜증 나.
그대로, 죽어버리는 쪽이 좋았을 텐데.
현자
(…오웬과 마이, 사이가 좋은 것 같지는 않네 )
마이
그렇게 말한다고 해도. 나는 오웬을 싫어하거나 하지 않는걸?
게다가…. 사실은, 진심조차 아니잖아.
오웬
헤에.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마이
보면 알아.
오웬
……….
현자
(분위기가 바뀌었어…. 어째서?)
마이
새삼스럽지만. 나, 이미 죽어버렸잖아. 닿을 수 없고, 닿지 못하는 만큼….
보이지 않는 것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그래서, 그냥 알 거 같아.
오웬
…머리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마이
응~? 어떻게 됐으면 좋겠어?
오웬
그 입. 마법으로 잠재워버리면 조용해지려나?
< 콰레 · 모… >
현자
잠, 잠깐만요!
이런 곳에서 싸우면…! 오, 오즈가 화낼 거예요!
나는 필사적으로 변명거리를 자아냈다.
가만히, 마이를 내려다보던 오웬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자리를 벗어났다.
가볍게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온 것도 같았다.
현자
(무슨 대화를 나눈 건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사연이 있던 거겠지.)
마이
솔직하지 않다니까, 정말로!
현자
( 지나치게 솔직한 것도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만…. )
현자
…그, 안녕하세요. 마이!
마이
아핫-. 아까부터 보고 있었잖아, 현자님.
인사가 늦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현자
당연히 알고 계실 거라 생각했어요. 마법사니까요.
혹시…. 이거, 제가 들어도 괜찮은 이야기였을까요?
마이
마법사 ‘였다고’는 말해주지 않는구나.
그치만, 나는 그게 더 좋아. 그래 줬으면 좋겠어.
현자
(아무리 나라도 눈치챌 수 있어…,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거야.)
새빨간, 루비 같은 눈동자가 나를 응시하는 것이 느껴졌다.
당장이라도 사라져버릴 것 같은,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은 그 눈동자가.
마이
으음-, 늦었으니까. 착한 아이는 이제 자러 가도록 하자.
그편이 좋잖아. 현자에게도, 나에게도.
현자
(…뭔가, 물어본다면 지금일 거 같아.)
현자
저어. 마이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마이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들어보고 싶은걸!
현자
제가 현자의 서라는 걸 적고 있거든요. 모두에게 관련된 걸 쓰는 건데….
마이
그런데~?
현자
마이에 대한 것도 적고 싶어서요. 다음 현자님과도 잘 지내셨으면 해서.
마이는 눈을 동그랗게 만들더니, 창가에 걸터앉았다.
그 모습이, 어째서인지 평소보다 옅고, 희미해 보였다.
마이
있지, 나에 대한 걸 적어봐도 아무 소용 없을걸? 그야. 나는 현자의 마법사인 것도, 살아있는 것도 아니야.
현자
그, 그래도, 사소한 것이어도 좋으니까…! 뭐든 말해줬으면 해요.
제가, 마이를 조금 더 알고 싶으니까요.
마이
…아핫, 정말로 이상한 현자님이라니까!
그렇다면 한 번 들어볼까. 오래는 못 있겠지만 말이야.
현자
어째서요?
마이
이제 곧 만월이 다가오니까.
상관은 없지만…, 이왕이면 컨디션이 좋을 때 대답해주고 싶어서.
현자
컨디션이 좋을 때…. 달이 세계에서 멀어지는 시기를 말하는 건가요.
마이
응. 달이 멀어졌을 때.
내가 영체로나마 존재할 수 있는 건, 재앙 덕분일 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망설이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삼켰다.
[달을 좋아하고 있나요?]
마이
좋아하는 건 아니야. 재앙 탓에, 잠을 못 자는 사람이 있으니까.
현자
(미스라를 말하는 거겠지….)
마이
…그렇지만, 가끔은 생각해. 재앙이 없다면 나는 어떻게 됐을까- 하고.
이렇게 현자님과 이야기할 수 있는 미래가,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잖아.
[달을 싫어하고 있나요?]
마이
잘 모르겠어. 나는 재앙을 미워하고 있는 걸까?
그렇게까지 특별한 일은 아니잖아.
현자
그건 그렇죠. 달을 좋아하는 일이 괴짜로 취급되는 모양이니까요.
마이
응. 아무리 매혹적이고 아름답다고 해도, 재앙이잖아.
좋아한다거나, 미워한다는 감정으로 단정 짓고 싶지는 않지만.
현자
(분명, 스스로도 모르는 거겠지. 달을 어떤 의미로써 바라봐야 하는지….)
현자
그렇다면, 이틀 후에 보는 건 어때요?
장소는… 마이가 편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좋아요.
마이
장소는… 호수가 좋아.
특히, 호수가 보이는 묘지라면 좋겠어!
현자
특별한 의미라도 있나요? 굳이 호수를 고른 이유라던가.
마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
아마도, 나는 그곳에서 죽어버린 거 같으니까.
현자
……! 호수인가요….
마이
어렴풋한 짐작이지만 말이야~.
지금까지 나눴던 이야기는, 확실하게 비밀로 해주는 거 알지? 친절하신 현자님.
마이는 살며시, 손가락을 입가에 가져다 댔다.
현자
질문이라고 해도, 미리 준비해 가는 것이 좋으려나.
물어볼 만한 사람이………, 아.
오즈
……….
미스라
하아….
현자
(어, 어째서 이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거지….
북쪽의 마법사는 금세 싸움을 한다고 들었는데….)
미스라
뭡니까, 마주치기 싫은 건 이쪽도 마찬가지였는데요.
그런 식으로 노골적인 표정을 짓고는….
오즈
무슨 말이지.
미스라
됐습니다. 이번에야말로 당신을 쳐죽일 거니까요.
<아르시…>.
마이
미스라~.
마도구를 꺼내던 미스라의 움직임이 한순간 멈췄다.
현자
( 마이, 나이스 타이밍…! )
마이
으음…. 나는 미스라가 정말로 뭘 해도 좋지만 말이야.
오늘 밤은 그만둬주지 않을래? 현자님과의 인터뷰가 있는 날이거든.
미스라
…별로 상관도 없고, 저와 당신의 일도 아닌데요.
마이
그렇게 말해도 말이지─. 오늘 밤은 달이 보이지 않는걸!
마이는 투명하게 비칠 듯한 미소를 지었다.
어쩔 수 없잖아, 하고 말하는 것 같은 웃음이었다.
마이
게다가, 오즈도 더 이상 부추겨지고 싶지 않을 거야.
오즈
…어울려 줄 생각도 없다.
미스라
마지막 말은 안 해도 좋았는데요.
…하아…. 그래도, 뭐 됐나.
미스라의 시선이 창밖을 향했다.
분명, 나도 그도 알고 있는 거다. 오늘은 달이 보이지 않는 밤─
그리고, 보이지 않아야 하는 사람이 나타나는 날.
현자
(말투는 거칠지만…, 분명. 신경을 써주고 있는 거겠지.)
오즈
볼 일이 없으면 가겠다.
…현자는, 늦지 않으려면 지금 나오는 편이 좋겠군.
현자
알고 계셨군요….
마이
마침 좋은 시간에 찾아와줬네, 현자님!
이제부터 어울려주면 되는 거지-?
현자
아…. 네! 호수, 라고 했었죠. 대화하고 싶은 장소.
미스라
호수인가요…….
마이
제대로 기억해주고 있었네. 그래도, 있지─. 친절한 유령님은 오늘 폐업이라서 말이야.
어떤 곳에 어떤 형태로 있을지는 안 알려 줄 거야.
현자
네, 네에?
마이
안심해. 못된 장난을 치려는 건 아니니까.
─ 아핫,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
눈을 깜빡이자 마이의 영체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미스라
…포기하는 게 좋을 텐데요. 기본적으로, 저런 사람이니까요.
나른한 눈빛의 미스라가 허공을 올려다봤다.
나는 어쩐지, 울 것만 같은 심정이 되어 있었다.
현자
…상냥하지만, 상냥하지 않다는 말의 의미를 이제야 알 거 같아요….
몇 번이고 이름을 부르고, 몇 번이나 호수를 걸었다.
…그럼에도 마이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현자
마이, 여기에 있나요? …이곳도 아닌가 보네.
사이 좋아졌다고 생각했었는데. 나만의 착각이었던 걸까….
그 순간, 얼음장처럼 차가운 손이 어깨 위에 올려졌다.
마이
…기다렸지? 앗차차, 이게 아니었던 거 같은데.
기다렸어 현자님!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
현자
마이…! 저는 마이가 보이지 않아서…. 그저 장난을 치려고, 부른 건 줄 알았어요.
역시 오해였네요. 멋대로 생각해서 미안해요.
마이
아핫, 역시 현자님은 별난 사람이야. 사과를 할 줄은 몰랐는데─.
나, 있지. 타이밍을 맞춰야 했거든. 그게 뭘 거 같아?
현자
타이밍… 이라면?
그러고 보니. 마이, 몸을 되찾은 건가요?
마이
정답~, 이라는 느낌? 나, 완전하게 돌아올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었거든!
숨바꼭질은 재밌었어?
현자
혹시나 했지만, 처음부터 계속 보고 있었던 거군요.
그보다. 마이의 저주는 도대체…?
마이
그게 있지. 나는 재앙에게 저주를 받는 동시에 죽었어.
현자
(확실히, 본인에게 들은 적이 있었지….)
마이의 시선이 호수의 깊은 곳으로 향했다.
마이
누가 죽였는지는 몰라, 어째서 죽어버렸는지도 몰라. 확실한 건. 나는 재앙 덕분에 영체로써 살아남았다는 거야.
그게 아니었으면, 나는 돌이 되어 저 호수 밑바닥에 가라앉았을지도?
현자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라도 있나요?
마이
이유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잖아. 내가 말하고 있는 건…, 전부 감이고 추측이야.
생각할 수 있는 자아 같은 건, 오래전에 사라져버렸으니까.
현자
…그렇다면, 마이가 추측하는 영체의 저주는, 도대체 무엇인가요?
마이
잘은 모르겠지만…. 화이트와는 다르다고 생각해. 일단은, 호수 아래의 <내>가 확실하게 존재하고 있으니까.
게다가, 재앙의 거리에 따라 옅어지기도 짙어지기도 하는 저주라니. 있을 수 없잖아?
현자
다르다는 건…. 그것 때문에?
마이
응. 재앙이 있기 때문에. 재앙이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나는 선명하게 존재할 수 있게 돼.
그래도, 이걸 <존재한다>고 칭할 수 있을까? 죽을 수도 살아갈 수도 없는 미련투성이의 영혼 조각일 뿐일 텐데.
마이의 시선이 올곧게 나를 향했다.
현자
그렇지 않아요…! 마이는, 이렇게 제 눈앞에 확실하게 존재하고 있는 걸요.
마이
으응-? 위로받고 싶어서 꺼낸 이야기는 아니야. 그런 이야기는 이제 괜찮아.
그것보다, 나는~. 질문을 마저 해주면 좋을 거 같은데.
현자
…! 알겠습니다. 그럼, 마이에게는 생전의 기억이란 게 존재하나요?
마이
그런 게 존재할 리가. …라고는 해도~ 어렴풋이 기억나는 건 있어.
현자
그 기억이, 무엇인지 여쭤볼 수 있을까요?
마이
나는 줄곧, 무언가를 바라왔던 거 같아. 나를 채울 수 있는 무언가를.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충족시킬 수 있는… 단 하나의 감정을.
현자
…단 하나의 감정, 말인가요.
마이
현자님. 행복의 가치라는 건, 사람마다 모-두 다른 거야. 어째서인지, 나는 내 가치를 찾지 못했어. 그렇기 때문에 죽어버렸어.
그러니까. 나는 나의 죽음을 후회하지 않아. 후회해서는 안 돼.
상냥하게 웃는 마이의 쓸쓸함에, 나는 말문을 잃은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
현자
(마치, 자기 자신에게 되뇌이는 것 같아. 후회해서는 안 된다고.
무슨 말을 건네야 좋을까. 지금의 마이에게, 닿을 수 있는 말을….)
한참이나 시간이 지났고, 내가 건넬 수 있는 말은 단 하나였다.
현자
마이는, 지금 행복한가요?
그녀는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웃어 보였다.
마이
단언할 수 있어. 나는 지금, 충분히 행복해!
현자
그렇군요. …그렇다면 다행이에요.
혹시, 유령이 되어서 불편한 점이라던가 없나요?
마이
무언가를 먹을 수 없다는 점이려나-.
나, 초콜릿이 잔뜩 발린 케이크는 정말로 좋아하니까.
현자
우연이네요. 저도, 초콜릿이 잔뜩 발린 케이크를 좋아해요!
마이
아핫. 공통점 찾기 놀이라도 시작하려는 거야~?
전 현자님이, 이럴 때는… 손바닥을 마주 대는 거라고 했는데!
현자
그건, 하이파이브를 말하는 건가요?
이렇게, 손바닥을 마주 대고 손뼉을 치는 건데….
마이
지금의 현자님이 말한 거니까 맞겠지? 맞을 거야!
그렇다면 에잇, 하이파이브!
현자
?! 하, 하이파이브!
순간적으로 마주 닿은 손바닥에서 위화감이 느껴졌다.
온도가 느껴지지 않는 손─, 강렬하게 죽음을 어필하는 듯한 그 냉기.
마이는 예상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마이
나는 누군가와 닿을 수 없어. 잠깐이나마 실체화를 한다고 해도─ 살갗의 온기까지는, 전해지지 않아.
잠들지 못하는 사람의 손을 잡아줄 수도 없고, 머리를 매만져줄 수도 없어.
그녀의 새하얀 손바닥이 허공을 부유했다.
마이
그거려나. 제일 불편한 점이라고 하면.
곤혹스러워진 나는, 무의식적으로 슬픈 표정을 지어버리고 말았다.
물어보지 말아야 할 것을 물어봤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에.
마이
어라. 어째서 그런 얼굴을 하는 걸까? 곤란하게 만드려는 건 아니었는데.
유령님의 선물을 받는다면, 기분이 좀 풀리려나. ……에잇!
마이의 손끝에서 마도구가 튀어나왔다.
현자
갑자기 나와버렸다. …저기, 이건 무슨 물건인가요?
마이
글쎄~. 뭐라고 생각해? 현자님이라면 맞출 수 있을 거 같은데.
물론, 못 맞춰도 벌칙은 없어!
[못으로 되어 있는 건가요?]
마이
정답이라고 할까~. 못에 가까운 물건이기는 하지!
현자
예쁜 장식이 많이 달려있네요…. 못이라고는 했지만, 그렇게 보이지도 않아요.
마이
머금고 있는 것이 많아서 그래. 가령… 혈액이라던가?
현자
……?!! 네?
현자
그러고보니…. 액체 같은 게 들어 있는 거 같기도….
마이
아핫. 농담이야~. 단순한 장식인걸! 봐봐, 보석이 달려 있잖아.
현자
(정말 농담일까……?)
[이건… 둔기?]
마이
전혀 정답이 아니야. 완전히 틀렸다구? 벌칙으로 정답은 안 알려줄 거야.
현자
벌칙은 없다고 했잖아요….
마이
유령의 마음은 종잡을 수 없는데~? 언제까지, 상냥한 유령님의 호의를 믿을 셈인 거야?
현자
…알려준다고 했으면서.
마이
걱정 마, 실은, 제대로 말해줄 생각이었어!
유령의 마음은 종잡을 수 없으니까? 아핫.
[잘 모르겠어요.]
마이
미움받지 않는 답변이네~. 현자님답다고 해야 할까?
현자
…그거, 칭찬인가요?
마이
어째서 칭찬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걸까. 나는 그쪽이 더 궁금한데~?
현자
( 보통, 칭찬은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나…. )
마이
이 물건은, 성정이라고 해. 엄밀히 말하자면 못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누군가를 저주하려는 목적으로 쓰이던 걸, 내가 빼앗아 왔어!
현자
마이 답다고 해야 할까요….
마이
나, 현자님에게 말해두고 싶은 게 있어. …나를 기억해주려고 해서 고마워. 그야, 기쁘잖아. 잊혀지지 않는다는 건.
어째서인지, 나는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못한 채 사라져버릴 것 같았거든.
나는 이제야 마이에게 가까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저 기억되고 싶었던 거다, 잊히고 싶지 않았던 거다.
현자
마이….
마이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생각한 건데….
나는 역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좋아.
마이
나를 좋아한다거나, 싫어한다는 건 전혀 관계없어.
내 감정에 솔직해지고 싶은 게, 잘못은 아니잖아?
현자
그렇죠, 아무래도.
마이
…그렇다고는 해도, 역시. 보답받지 못하는 사랑은 싫지?
마이는 눈꺼풀을 느리게 들어 올리고는,
낮은 위치에서 나를 올려다봤다.
마이
현자님이 나를 기억하고 있는 한, 나도 현자님을 계속해서 기억하고 있을 거야.
사라질 때까지 간직하고 있을게. 우리, 잊혀지지 않기로 해.
현자
좋아요. 꼭, 그럴게요.
마이
그래서, 나에 대해 뭐라고 적어둘 거야?
현자
음……. 비밀이예요.
지금까지 나눴던 이야기, 전부. 비밀로 할 거예요.
나는 얌전히 손가락을 입가에 가져다 댔다.
마이가 나에게 건넸던 이야기를, 이번에는 내가 마이에게 건네준 것이다.
마이
아핫, 역시 재밌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로, 비밀인 거지?
역시, 나는… 오늘 밤, 현자님을 만나러 와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변하지 않는 마음─ 마이를 강하게 지탱하고 있는 건, 분명 이것이겠지.
설령 자신이 죽더라도, 이 마음이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
마이
…어라, 시간이 다 된 거 같아. 꿈 같은 밤도, 이제 안녕인 거네.
불투명하게 비치는 마이의 영체 사이로, 달빛이 떠오르고 있다.
감싸 안기는 듯한 영롱하고 아름다운 노란 빛이었다.
현자
…그러게요, 아침이 밝아오고 있네요.
마이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 그럼에도, 유령으로써 존재한다. 내가 아는 것은 유령이 된 ‘마이’의 존재뿐이다.
이 사실이 마이에게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지는 모른다. 어쩌면 그녀 자신조차 모를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상냥하고 불친절한 유령님을 정말로 좋아한다.
현자
실은, 저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오늘 밤 마이를 만날 수 있어서.
먼저 말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내 말에 살풋이 웃어보인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다정하고, 달콤한, 치사량의 애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였다.
마이
별말씀을. …저기, 나 지금 듣고 싶은 말이 있는데. 현자님이 해줄래?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현자
어서 와요. 좋은 아침이에요, 마이.
언제나의 안부 인사를 건넸다.
노을이 비치는 마이의 가슴께 너머로, 새벽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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