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사량의 애정 ”
현자
어라…. 북쪽 마법사들이다.
평범하게 대화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역시 가보는 게 좋겠지…?
오웬
시끄러워. …짜증 나.
그대로, 죽어버리는 쪽이 좋았을 텐데.
현자
(…오웬과 마이, 사이가 좋은 것 같지는 않네 )
마이
그렇게 말한다고 해도. 나는 오웬을 싫어하거나 하지 않는걸?
게다가…. 사실은, 진심조차 아니잖아.
오웬
헤에.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마이
보면 알아.
오웬
……….
현자
(분위기가 바뀌었어…. 어째서?)
마이
새삼스럽지만. 나, 이미 죽어버렸잖아. 닿을 수 없고, 닿지 못하는 만큼….
보이지 않는 것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그래서, 그냥 알 거 같아.
오웬
…머리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마이
응~? 어떻게 됐으면 좋겠어?
오웬
그 입. 마법으로 잠재워버리면 조용해지려나?
< 콰레 · 모… >
현자
잠, 잠깐만요!
이런 곳에서 싸우면…! 오, 오즈가 화낼 거예요!
나는 필사적으로 변명거리를 자아냈다.
가만히, 마이를 내려다보던 오웬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자리를 벗어났다.
가볍게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온 것도 같았다.
현자
(무슨 대화를 나눈 건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사연이 있던 거겠지.)
마이
솔직하지 않다니까, 정말로!
현자
( 지나치게 솔직한 것도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만…. )
현자
…그, 안녕하세요. 마이!
마이
아핫-. 아까부터 보고 있었잖아, 현자님.
인사가 늦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현자
당연히 알고 계실 거라 생각했어요. 마법사니까요.
혹시…. 이거, 제가 들어도 괜찮은 이야기였을까요?
마이
마법사 ‘였다고’는 말해주지 않는구나.
그치만, 나는 그게 더 좋아. 그래 줬으면 좋겠어.
현자
(아무리 나라도 눈치챌 수 있어…,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거야.)
새빨간, 루비 같은 눈동자가 나를 응시하는 것이 느껴졌다.
당장이라도 사라져버릴 것 같은,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은 그 눈동자가.
마이
으음-, 늦었으니까. 착한 아이는 이제 자러 가도록 하자.
그편이 좋잖아. 현자에게도, 나에게도.
현자
(…뭔가, 물어본다면 지금일 거 같아.)
현자
저어. 마이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마이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들어보고 싶은걸!
현자
제가 현자의 서라는 걸 적고 있거든요. 모두에게 관련된 걸 쓰는 건데….
마이
그런데~?
현자
마이에 대한 것도 적고 싶어서요. 다음 현자님과도 잘 지내셨으면 해서.
마이는 눈을 동그랗게 만들더니, 창가에 걸터앉았다.
그 모습이, 어째서인지 평소보다 옅고, 희미해 보였다.
마이
있지, 나에 대한 걸 적어봐도 아무 소용 없을걸? 그야. 나는 현자의 마법사인 것도, 살아있는 것도 아니야.
현자
그, 그래도, 사소한 것이어도 좋으니까…! 뭐든 말해줬으면 해요.
제가, 마이를 조금 더 알고 싶으니까요.
마이
…아핫, 정말로 이상한 현자님이라니까!
그렇다면 한 번 들어볼까. 오래는 못 있겠지만 말이야.
현자
어째서요?
마이
이제 곧 만월이 다가오니까.
상관은 없지만…, 이왕이면 컨디션이 좋을 때 대답해주고 싶어서.
현자
컨디션이 좋을 때…. 달이 세계에서 멀어지는 시기를 말하는 건가요.
마이
응. 달이 멀어졌을 때.
내가 영체로나마 존재할 수 있는 건, 재앙 덕분일 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망설이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삼켰다.
[달을 좋아하고 있나요?]
마이
좋아하는 건 아니야. 재앙 탓에, 잠을 못 자는 사람이 있으니까.
현자
(미스라를 말하는 거겠지….)
마이
…그렇지만, 가끔은 생각해. 재앙이 없다면 나는 어떻게 됐을까- 하고.
이렇게 현자님과 이야기할 수 있는 미래가,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잖아.
[달을 싫어하고 있나요?]
마이
잘 모르겠어. 나는 재앙을 미워하고 있는 걸까?
그렇게까지 특별한 일은 아니잖아.
현자
그건 그렇죠. 달을 좋아하는 일이 괴짜로 취급되는 모양이니까요.
마이
응. 아무리 매혹적이고 아름답다고 해도, 재앙이잖아.
좋아한다거나, 미워한다는 감정으로 단정 짓고 싶지는 않지만.
현자
(분명, 스스로도 모르는 거겠지. 달을 어떤 의미로써 바라봐야 하는지….)
현자
그렇다면, 이틀 후에 보는 건 어때요?
장소는… 마이가 편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좋아요.
마이
장소는… 호수가 좋아.
특히, 호수가 보이는 묘지라면 좋겠어!
현자
특별한 의미라도 있나요? 굳이 호수를 고른 이유라던가.
마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
아마도, 나는 그곳에서 죽어버린 거 같으니까.
현자
……! 호수인가요….
마이
어렴풋한 짐작이지만 말이야~.
지금까지 나눴던 이야기는, 확실하게 비밀로 해주는 거 알지? 친절하신 현자님.
마이는 살며시, 손가락을 입가에 가져다 댔다.
현자
질문이라고 해도, 미리 준비해 가는 것이 좋으려나.
물어볼 만한 사람이………, 아.
오즈
……….
미스라
하아….
현자
(어, 어째서 이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거지….
북쪽의 마법사는 금세 싸움을 한다고 들었는데….)
미스라
뭡니까, 마주치기 싫은 건 이쪽도 마찬가지였는데요.
그런 식으로 노골적인 표정을 짓고는….
오즈
무슨 말이지.
미스라
됐습니다. 이번에야말로 당신을 쳐죽일 거니까요.
<아르시…>.
마이
미스라~.
마도구를 꺼내던 미스라의 움직임이 한순간 멈췄다.
현자
( 마이, 나이스 타이밍…! )
마이
으음…. 나는 미스라가 정말로 뭘 해도 좋지만 말이야.
오늘 밤은 그만둬주지 않을래? 현자님과의 인터뷰가 있는 날이거든.
미스라
…별로 상관도 없고, 저와 당신의 일도 아닌데요.
마이
그렇게 말해도 말이지─. 오늘 밤은 달이 보이지 않는걸!
마이는 투명하게 비칠 듯한 미소를 지었다.
어쩔 수 없잖아, 하고 말하는 것 같은 웃음이었다.
마이
게다가, 오즈도 더 이상 부추겨지고 싶지 않을 거야.
오즈
…어울려 줄 생각도 없다.
미스라
마지막 말은 안 해도 좋았는데요.
…하아…. 그래도, 뭐 됐나.
미스라의 시선이 창밖을 향했다.
분명, 나도 그도 알고 있는 거다. 오늘은 달이 보이지 않는 밤─
그리고, 보이지 않아야 하는 사람이 나타나는 날.
현자
(말투는 거칠지만…, 분명. 신경을 써주고 있는 거겠지.)
오즈
볼 일이 없으면 가겠다.
…현자는, 늦지 않으려면 지금 나오는 편이 좋겠군.
현자
알고 계셨군요….
마이
마침 좋은 시간에 찾아와줬네, 현자님!
이제부터 어울려주면 되는 거지-?
현자
아…. 네! 호수, 라고 했었죠. 대화하고 싶은 장소.
미스라
호수인가요…….
마이
제대로 기억해주고 있었네. 그래도, 있지─. 친절한 유령님은 오늘 폐업이라서 말이야.
어떤 곳에 어떤 형태로 있을지는 안 알려 줄 거야.
현자
네, 네에?
마이
안심해. 못된 장난을 치려는 건 아니니까.
─ 아핫,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
눈을 깜빡이자 마이의 영체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미스라
…포기하는 게 좋을 텐데요. 기본적으로, 저런 사람이니까요.
나른한 눈빛의 미스라가 허공을 올려다봤다.
나는 어쩐지, 울 것만 같은 심정이 되어 있었다.
현자
…상냥하지만, 상냥하지 않다는 말의 의미를 이제야 알 거 같아요….
몇 번이고 이름을 부르고, 몇 번이나 호수를 걸었다.
…그럼에도 마이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현자
마이, 여기에 있나요? …이곳도 아닌가 보네.
사이 좋아졌다고 생각했었는데. 나만의 착각이었던 걸까….
그 순간, 얼음장처럼 차가운 손이 어깨 위에 올려졌다.
마이
…기다렸지? 앗차차, 이게 아니었던 거 같은데.
기다렸어 현자님!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
현자
마이…! 저는 마이가 보이지 않아서…. 그저 장난을 치려고, 부른 건 줄 알았어요.
역시 오해였네요. 멋대로 생각해서 미안해요.
마이
아핫, 역시 현자님은 별난 사람이야. 사과를 할 줄은 몰랐는데─.
나, 있지. 타이밍을 맞춰야 했거든. 그게 뭘 거 같아?
현자
타이밍… 이라면?
그러고 보니. 마이, 몸을 되찾은 건가요?
마이
정답~, 이라는 느낌? 나, 완전하게 돌아올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었거든!
숨바꼭질은 재밌었어?
현자
혹시나 했지만, 처음부터 계속 보고 있었던 거군요.
그보다. 마이의 저주는 도대체…?
마이
그게 있지. 나는 재앙에게 저주를 받는 동시에 죽었어.
현자
(확실히, 본인에게 들은 적이 있었지….)
마이의 시선이 호수의 깊은 곳으로 향했다.
마이
누가 죽였는지는 몰라, 어째서 죽어버렸는지도 몰라. 확실한 건. 나는 재앙 덕분에 영체로써 살아남았다는 거야.
그게 아니었으면, 나는 돌이 되어 저 호수 밑바닥에 가라앉았을지도?
현자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라도 있나요?
마이
이유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잖아. 내가 말하고 있는 건…, 전부 감이고 추측이야.
생각할 수 있는 자아 같은 건, 오래전에 사라져버렸으니까.
현자
…그렇다면, 마이가 추측하는 영체의 저주는, 도대체 무엇인가요?
마이
잘은 모르겠지만…. 화이트와는 다르다고 생각해. 일단은, 호수 아래의 <내>가 확실하게 존재하고 있으니까.
게다가, 재앙의 거리에 따라 옅어지기도 짙어지기도 하는 저주라니. 있을 수 없잖아?
현자
다르다는 건…. 그것 때문에?
마이
응. 재앙이 있기 때문에. 재앙이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나는 선명하게 존재할 수 있게 돼.
그래도, 이걸 <존재한다>고 칭할 수 있을까? 죽을 수도 살아갈 수도 없는 미련투성이의 영혼 조각일 뿐일 텐데.
마이의 시선이 올곧게 나를 향했다.
현자
그렇지 않아요…! 마이는, 이렇게 제 눈앞에 확실하게 존재하고 있는 걸요.
마이
으응-? 위로받고 싶어서 꺼낸 이야기는 아니야. 그런 이야기는 이제 괜찮아.
그것보다, 나는~. 질문을 마저 해주면 좋을 거 같은데.
현자
…! 알겠습니다. 그럼, 마이에게는 생전의 기억이란 게 존재하나요?
마이
그런 게 존재할 리가. …라고는 해도~ 어렴풋이 기억나는 건 있어.
현자
그 기억이, 무엇인지 여쭤볼 수 있을까요?
마이
나는 줄곧, 무언가를 바라왔던 거 같아. 나를 채울 수 있는 무언가를.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충족시킬 수 있는… 단 하나의 감정을.
현자
…단 하나의 감정, 말인가요.
마이
현자님. 행복의 가치라는 건, 사람마다 모-두 다른 거야. 어째서인지, 나는 내 가치를 찾지 못했어. 그렇기 때문에 죽어버렸어.
그러니까. 나는 나의 죽음을 후회하지 않아. 후회해서는 안 돼.
상냥하게 웃는 마이의 쓸쓸함에, 나는 말문을 잃은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
현자
(마치, 자기 자신에게 되뇌이는 것 같아. 후회해서는 안 된다고.
무슨 말을 건네야 좋을까. 지금의 마이에게, 닿을 수 있는 말을….)
한참이나 시간이 지났고, 내가 건넬 수 있는 말은 단 하나였다.
현자
마이는, 지금 행복한가요?
그녀는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웃어 보였다.
마이
단언할 수 있어. 나는 지금, 충분히 행복해!
현자
그렇군요. …그렇다면 다행이에요.
혹시, 유령이 되어서 불편한 점이라던가 없나요?
마이
무언가를 먹을 수 없다는 점이려나-.
나, 초콜릿이 잔뜩 발린 케이크는 정말로 좋아하니까.
현자
우연이네요. 저도, 초콜릿이 잔뜩 발린 케이크를 좋아해요!
마이
아핫. 공통점 찾기 놀이라도 시작하려는 거야~?
전 현자님이, 이럴 때는… 손바닥을 마주 대는 거라고 했는데!
현자
그건, 하이파이브를 말하는 건가요?
이렇게, 손바닥을 마주 대고 손뼉을 치는 건데….
마이
지금의 현자님이 말한 거니까 맞겠지? 맞을 거야!
그렇다면 에잇, 하이파이브!
현자
?! 하, 하이파이브!
순간적으로 마주 닿은 손바닥에서 위화감이 느껴졌다.
온도가 느껴지지 않는 손─, 강렬하게 죽음을 어필하는 듯한 그 냉기.
마이는 예상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마이
나는 누군가와 닿을 수 없어. 잠깐이나마 실체화를 한다고 해도─ 살갗의 온기까지는, 전해지지 않아.
잠들지 못하는 사람의 손을 잡아줄 수도 없고, 머리를 매만져줄 수도 없어.
그녀의 새하얀 손바닥이 허공을 부유했다.
마이
그거려나. 제일 불편한 점이라고 하면.
곤혹스러워진 나는, 무의식적으로 슬픈 표정을 지어버리고 말았다.
물어보지 말아야 할 것을 물어봤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에.
마이
어라. 어째서 그런 얼굴을 하는 걸까? 곤란하게 만드려는 건 아니었는데.
유령님의 선물을 받는다면, 기분이 좀 풀리려나. ……에잇!
마이의 손끝에서 마도구가 튀어나왔다.
현자
갑자기 나와버렸다. …저기, 이건 무슨 물건인가요?
마이
글쎄~. 뭐라고 생각해? 현자님이라면 맞출 수 있을 거 같은데.
물론, 못 맞춰도 벌칙은 없어!
[못으로 되어 있는 건가요?]
마이
정답이라고 할까~. 못에 가까운 물건이기는 하지!
현자
예쁜 장식이 많이 달려있네요…. 못이라고는 했지만, 그렇게 보이지도 않아요.
마이
머금고 있는 것이 많아서 그래. 가령… 혈액이라던가?
현자
……?!! 네?
현자
그러고보니…. 액체 같은 게 들어 있는 거 같기도….
마이
아핫. 농담이야~. 단순한 장식인걸! 봐봐, 보석이 달려 있잖아.
현자
(정말 농담일까……?)
[이건… 둔기?]
마이
전혀 정답이 아니야. 완전히 틀렸다구? 벌칙으로 정답은 안 알려줄 거야.
현자
벌칙은 없다고 했잖아요….
마이
유령의 마음은 종잡을 수 없는데~? 언제까지, 상냥한 유령님의 호의를 믿을 셈인 거야?
현자
…알려준다고 했으면서.
마이
걱정 마, 실은, 제대로 말해줄 생각이었어!
유령의 마음은 종잡을 수 없으니까? 아핫.
[잘 모르겠어요.]
마이
미움받지 않는 답변이네~. 현자님답다고 해야 할까?
현자
…그거, 칭찬인가요?
마이
어째서 칭찬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걸까. 나는 그쪽이 더 궁금한데~?
현자
( 보통, 칭찬은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나…. )
마이
이 물건은, 성정이라고 해. 엄밀히 말하자면 못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누군가를 저주하려는 목적으로 쓰이던 걸, 내가 빼앗아 왔어!
현자
마이 답다고 해야 할까요….
마이
나, 현자님에게 말해두고 싶은 게 있어. …나를 기억해주려고 해서 고마워. 그야, 기쁘잖아. 잊혀지지 않는다는 건.
어째서인지, 나는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못한 채 사라져버릴 것 같았거든.
나는 이제야 마이에게 가까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저 기억되고 싶었던 거다, 잊히고 싶지 않았던 거다.
현자
마이….
마이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생각한 건데….
나는 역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좋아.
마이
나를 좋아한다거나, 싫어한다는 건 전혀 관계없어.
내 감정에 솔직해지고 싶은 게, 잘못은 아니잖아?
현자
그렇죠, 아무래도.
마이
…그렇다고는 해도, 역시. 보답받지 못하는 사랑은 싫지?
마이는 눈꺼풀을 느리게 들어 올리고는,
낮은 위치에서 나를 올려다봤다.
마이
현자님이 나를 기억하고 있는 한, 나도 현자님을 계속해서 기억하고 있을 거야.
사라질 때까지 간직하고 있을게. 우리, 잊혀지지 않기로 해.
현자
좋아요. 꼭, 그럴게요.
마이
그래서, 나에 대해 뭐라고 적어둘 거야?
현자
음……. 비밀이예요.
지금까지 나눴던 이야기, 전부. 비밀로 할 거예요.
나는 얌전히 손가락을 입가에 가져다 댔다.
마이가 나에게 건넸던 이야기를, 이번에는 내가 마이에게 건네준 것이다.
마이
아핫, 역시 재밌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로, 비밀인 거지?
역시, 나는… 오늘 밤, 현자님을 만나러 와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변하지 않는 마음─ 마이를 강하게 지탱하고 있는 건, 분명 이것이겠지.
설령 자신이 죽더라도, 이 마음이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
마이
…어라, 시간이 다 된 거 같아. 꿈 같은 밤도, 이제 안녕인 거네.
불투명하게 비치는 마이의 영체 사이로, 달빛이 떠오르고 있다.
감싸 안기는 듯한 영롱하고 아름다운 노란 빛이었다.
현자
…그러게요, 아침이 밝아오고 있네요.
마이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 그럼에도, 유령으로써 존재한다. 내가 아는 것은 유령이 된 ‘마이’의 존재뿐이다.
이 사실이 마이에게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지는 모른다. 어쩌면 그녀 자신조차 모를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상냥하고 불친절한 유령님을 정말로 좋아한다.
현자
실은, 저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오늘 밤 마이를 만날 수 있어서.
먼저 말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내 말에 살풋이 웃어보인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다정하고, 달콤한, 치사량의 애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였다.
마이
별말씀을. …저기, 나 지금 듣고 싶은 말이 있는데. 현자님이 해줄래?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현자
어서 와요. 좋은 아침이에요, 마이.
언제나의 안부 인사를 건넸다.
노을이 비치는 마이의 가슴께 너머로, 새벽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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